오갑성
의학전문 객원기자
암세포는 이기적이다. 주변의 영양분을 독차지하려고 한다. 자신의 먹이와 설 땅을 찾기 위해 주변 정상 세포를 무참하게 짓밟는다. ‘암(癌)적인 존재’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영양분은 피를 통해 운반되는데, 암세포가 이 영양분을 많이 섭취하기 위해 주변에 새로운 혈관을 만들기도 한다. 암에 걸린 사람이 마르고 기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골고루 돌아가야 할 영양분을 암세포에 빼앗기기 때문이다.의학전문 객원기자
덩치가 커진 암세포는 영양분이 부족하면 자기들끼리 싸운다. 치열한 적자생존이다. 어떤 때는 새로운 먹이와 땅을 찾아 영양분이 더 풍부한 곳으로 이동한다. 마치 유목민 같다. 이것이 암의 전이(轉移)다.
이러한 암세포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모양이 각각이다. 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르듯 암세포도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다. 대체로 정상 세포와 비슷하게 생긴 놈일수록 치료효과가 좋고 우악스럽게 못생긴 놈일수록 악질일 가능성이 크다. 가끔 아주 얌전하고 착하게 생긴 세포가 빠르게 전이하는가 하면 반대의 경우도 있다.
현대 맞춤의학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암세포의 외모만 보고 판단하지 않는다. 면역조직학검사·유전자검사 등으로 암의 내부를 들여다보면서 암세포의 성격·배경과 숨겨진 능력을 분석한다.
면역조직학검사란 종양마다 양성인지 음성인지, 유전자가 얼마나 많은지 적은지를 보는 검사다. 예전에는 유방암 종양이 다 똑같은 줄만 알았다. 현미경으로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모두 성격이 다르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여러 가지 검사를 해서 암세포의 성격에 맞는 치료법을 동원한다. 같은 유방암이라도 약이 달라진다.
암 유전자 검사는 암 조직에 돌연변이가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한다. 인간 유전자에 서열이 있듯 종양에도 염기(鹽基)서열이 있다. 어떤 유전자에 어떤 돌연변이가 있는지를 검사한다. 사람의 돌연변이가 아니라 암에 속한 돌연변이다. 특정 돌연변이에 듣는 약이 있고 듣지 않는 약이 있기에 이처럼 종양의 유전자 검사를 실시해 환자들에게 적용한다. 이 검사는 시작한 지는 2~3년밖에 되지 않지만 지금은 필수적인 절차가 됐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병리과 최윤라 교수는 “각각의 암의 고유한 아킬레스건을 찾아 공략하는 맞춤의학 연구에 총력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암을 이기는 전략이 다양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갑성 의학전문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