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면역력을 높여 감기를 예방하는 에키나시아의 모습. [사진 한화제약]
항생제 남용 OECD 1위, 감기 고통은 여전
한국인은 감기약도 유별나게 챙긴다. 감기 증상이 조금만 나타나도 병원을 찾아 주사를 맞고 약을 먹는다. 우리나라는 감기환자에게 항생제를 처방하는 비율이 50%를 웃돈다. 이는 OECD 평균인 30%를 훌쩍 넘는 비율이다. 이렇다 보니 항생제 내성률이 심각하다. 그런데 항생제는 바이러스가 아닌 세균(박테리아)을 죽이는 약이다. 따라서 바이러스가 원인인 감기엔 소용이 없다.
감기는 바이러스가 목과 코를 통해 몸에 들어오면서 코점막과 같은 점액세포를 감염시킨다. 감염된 점액세포에서는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이 활성화된다. 콧물과 재채기·가래와 같은 감기 초기 증상이 나타난다. 감기약으로 먹는 해열제나 가래를 멈추게 하는 진해거담제는 일시적으로 증상을 멈추게 한다. 마치 감기가 나은 것처럼 만들지만 이는 일시적인 반응이다. 또 약은 장기 복용하면 심혈관계에 부담을 주거나 위장질환을 일으킨다. 감기를 잡으려면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항바이러스와 염증을 억제하는 항염작용이 필요하다.
에키나시아 성분이 바이러스 침투 막아
북유럽 인디언들은 감기의 천연 치료제로 에키나시아를 이용했다. 요즘 이 약재에 대한 감기 예방·치료 효과를 입증하는 연구결과가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독일 기센대학교 미생물학과 플레슈카 박사는 에키나시아의 ‘akylamide’란 성분이 감기 바이러스의 표면 단백질을 변형시켜 인체 내에 제대로 안착할 수 없도록 작용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바이러스가 내부에서 증식하는 걸 효과적으로 막는다는 뜻이다.
에키나시아는 감기뿐 아니라 독감을 일으키는 다양한 형태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도 활동할 수 없도록 억제한다. 이런 항바이러스 효과는 감기에 걸릴 가능성을 줄이고, 감기에 걸렸더라도 기간을 단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미국 코네티컷대학 약학과 크레이그 콜먼 박사는 에키나시아를 이용한 14개의 다양한 실험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감기에 걸리는 위험을 58% 줄이고, 감기에 걸렸더라도 지속기간이 1.5일 단축됐다고 밝혔다. 성인은 보통 1년에 2~4회 감기에 걸린다. 하지만 에키나시아를 먹으면 이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에키나시아의 항염 효과는 감기에 걸려 고생하는 기간도 1.5일 줄였다. 에키나시아 추출물은 염증을 일으키는 매개물질이 방출되는 걸 차단해서다. 일반적으로 감기는 2~3일 잠복기를 거쳐 7~10일간 감기 증상이 지속된다.
장기복용해도 부작용 적어, 스위스에선 영양제
에키나시아로 만든 천연성분의 감기약(제품명:에키나포스 등)도 나왔다. 식물을 활용한 천연의약품은 몸에 부담이 적다. 때문에 장기간 복용해도 바이러스 내성이나 부작용이 거의 없다. 일반적으로 타미플루를 반복 투여하면 인체에 약제 내성이 생겨 바이러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 에키나시아는 바이러스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억제하면서 동시에 인체 면역력을 높인다. 스위스에서는 환절기 감기를 예방하는 영양제로 쓰인다. 영국의 카디프대학 액클레스 교수는 “에키나시아 추출물은 인체 저항력을 높여 감기 재발을 막는다”고 설명했다. 에키나시아 성분을 추출해 만든 천연의약품은 하루에 한 알씩 8주 복용하면 체내에 자가면역시스템이 작동한다. 지난 1987년부터 전 세계 판매 국가를 대상으로 부작용을 수집한 결과 20여 년간 99건의 위장장애만 보고됐다.
북미 인디언들은 뱀에 물렸을 때 에키나시아 뿌리를 찧어 상처에 붙여 해독제로 썼다. 목 안의 염증이나 치통에도 사용했다. 천연의약품으로 재탄생한 에키나시아는 원료의 신선도가 중요하다. 제조과정과 추출법에 따라 효과가 달라져서다. 수확하자마자 바로 분쇄해 가공하는 에키나시아의 추출물은 건조상태에서 가공하는 것보다 효능효과가 3배 이상 높다.
이민영 기자